시나리오 5고를 쓰고 6고 트리트먼트를 쓰고 나서 모두의 반대에 부딪쳐 다시 5고로 회기했다. 청년필름과 우리 스텝을 포함한 10명 쯤이 모두 5고가 더 좋다고 한다.
5고의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
"형윤씨 그건 질병이에요." 청년 필름의 심피디가 말했다.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만들다가 어떤 벽에 부딪치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버리는 습관이 있다. 그건 학생 때 부터 생긴 병인데, 영화아카데미에서 졸업 작품을 만들 때도 작품 진입 허가의 조건이 '이야기를 절대 바꾸지 않을 것' 이었다.
'내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왜 몰라보는 거야' 하고 조금 우울해 졌지만 뭐 트리트먼트를 읽어보니 여러가지 문제점이 보이기는 한다.
그리고 지연이 그린 새로운 이미지가 맘에 들어서 '어쩌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뭔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같으면서 쿵풍 팬더 일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잃어버렸던 감정이 떠오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러면서도 관객이 많이 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알고 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그렇다는 걸.
단지 내가 더 특별했으면 좋겠다.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