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는 패배했다. 그리고 어떤 위대함도 없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삶이 패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맥하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 기술의 존재이유가 있다.
p21
--------밀란 쿤데라 '커튼'---------
우리들의 작업이 예술이라면 분명 그것은 밀란 쿤데라의 글처럼 인간 삶의 패배를 이해하는자 애쓰는 것일 것이다. 영화의 존재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는 또한 돈을 받고 시청각적 유흥을 재공한다는, 그러니까 서커스 극단 같은 성격도 있으니까 이러한 예술 본연의 자세만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균형을 잡아 그런 영화예술 본연의 느낌을 조금씩 섞어서 넣어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한 나는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기는 한지, 여러가지로 안타까운 일이다.
일요일. 스토리 보드 작업중이다. 애니메이션은 어쩌면 이렇게 오래 걸릴까.
직장 생활을 하듯 아직도 2년 정도 시간이 지나야 작품이 완성된다.
작품이 개봉되고도 2주만에 내리는 일도 흔한 일이니까 결과에 대한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과정도 즐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페이스를 지키면서 적당히 열심히 해야겠다. 마라톤 같은 거니까. 막판 스퍼트를 위한 기력을 남겨 두어야지.
요 며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지방간이 있다는 종합검사 결과를 보고.
자전거로 출근하다 보면 한강을 정말 질리게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풍경이기도 하지만 거친 숨을 몰아쉬며 페달을 밟고 있는 나로서는 역시 운동은 농구라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와 농구의 차이를 들자면 자전거는 출퇴근이다 보니 정해진 시간을 견디는 느낌이 강하다. 군대랑 헬스랑 비슷하다. 하지만 농구는 승패도 있도 점수도 있어서 훨씬 더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슛이 들어 갔을 때의 느낌이 정말 좋다.
빨리 봄이 되어서 농구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