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한 친구와의 가벼운 친밀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공간감. 그리고 반짝이던 날들의 기억.
2009년 반짝이던 날들의 기억이 발표되면서 김준 감독의 세 편의 애니메이션이 마무리 되었다. 나는 이것을 공간 삼부작이라고 부르는데 말하자면 공간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렇다.
한국의 단편 애니메이션은 초창기 1990년도에서 2000년도 초반까지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지닌 단편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것은 감독들이 80년대의 아이들로서, 첨예한 정치의 시대에 대학을 다니고 그 감수성을 작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개인의 감성을 중요시 하는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이것도 주인공의 감정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김준의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흐름에서도 아주 특별한데, 바로 공간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상징적인 공간이 아닌 우리가 현실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의 풍경들이다.
‘내 친한 친구와의 가벼운 친밀감’에서는 카페에서 친구와 앉아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도 카페의 풍경도 사라지며 선과 면의 주변으로 변해버린다.
내 친한 친구와의 가벼운 친밀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주인공을 둘러싼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갑자기 혼자가 되어 주변이 몽환적으로 변하는 그런 느낌이랑 비슷하다고 할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공간감’에서 카메라의 유려한 흐름은 왠지 꿈결 같다.
한장 한장 손으로 그려진 카메라 움직임를 통해서 우리는 아파트의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몽유병을 경험하는 것 같은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연필로 그려진 따듯한 흑백의 이미지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3D로 만들어진 입체가 아니지만
내 친한 친구와의 가벼운 친밀감-카페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공간감-아파트
반짝이던 날들의 기억-거리
이렇게 늘어놓고 보면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공간들은 감독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들이다.
한동안 나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유독 주변의 풍경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안 그런 작품도 많이 있지만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환타지의 세계나 상상의 세계를 다루는 작품이 더 많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고 우리의 많은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첫 출발이 주변부터라는 것,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내안으로 걸어 들어가지만 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우리의 작업들에서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방식이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일 수도 있지만 김준의 그 것은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조심스럽게 공유하는 느낌이다.
김준은 조용하고 움직이는 이미지들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그곳에는 자연스럽게 동시대의 서울의 풍경과 도시와 사람들이 나타난다.
김준이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조금 더 인물이 중심인 작품이라는데.......아마 올해 안에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지 출처-한국독립애니메이션 협회 홈페이지 www.kiaf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