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일상2010/10/24 14:03
또 일요일이 돌아왔고 햇볕은 너무 좋고 작업실에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작은 만족감이 생긴다.

스트레스. 스트레스.
시나리오를 이렇게 오래 하다 보면 오래해서 생기는 혼란이 있다. 좋은지 나쁜지도 전혀 모르게 되고 이걸 고치면 저게 문제가 생기고 그런 반복이 계속된다.

그리고 잘하고는 싶은데 나는 잘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라는 비관적인 지점까지 생각이 진행될 때가 있다. 그러니까 사실 뭐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오래된 물음이 다시 수면위로 오르는 것이다.


예전에는 작업실만 있다면 언제까지이고 작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차고던 지하던 작업실만 있다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공간이 있다면 어떻게든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처음 애니메이션을 시작 할 때의 막막함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은 훨씬 나은 편이랄까.
하지만 사람은 예전일 같은 건 금방 잊어 버리게 된다. 지금은 전세로 정원이 있는 작업실이 가지고 싶어 졌고, 경제적인 여유도 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막상 작업은 별로 안하면서.

잘 하고 싶은데 잘 할 수 없어서 생기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건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내가 가장 두려워 했던 것은 매일 매일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일을 반복해 나가면서 인생을 낭비 하게 되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서 어떤 변병도 스스로에게 하지 못하고 '나는 그 때 용기가 없었구나'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
적어도 애니메이션은 잘하고 싶긴 하니까, 분명 은행원이나 기자, 의사, 공무원 등등은 내가 잘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카드 가입율을 500%로 성장시킨다든지, 혁신적인 심장수술 기술을 세계최초로 계발하다든지, 창의적인 시정으로 글로벌 서울을 만들고 싶다든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의미 부여가 안되고 '그게 뭐야. 시시해'가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면 지금도 애니메이션 말고는 하고 싶은 것이 없다. 밴드 같은 것은 조끔 땡기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나이가 들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고 작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 좋은 점이 있다.

역시 과거를 돌아봐도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그래. 그냥 애니메이션 계속 하자.
Posted by 장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