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야와 지우개 연인
남들이 어떻게 하건 자기는 자신만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장편은 자본에 요구에 굴복 할 수밖에 없고 단편이라도 상을 받는 작품을 보면 부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또 다른 건 모르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을 좋아한다. 막상 나 자신은 잘 그렇게 안 되지만 말이다.
‘솔직하게 나의 취향을 알려 주마’라고 말하는 것 같은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 싶다. 첫째는 뽀야,
뽀야를 처음 본 것 인디애니페스트라는 영화제였는데 처음에는 대충 만든 듯 한 애니메이션과 유치한 내용에 ‘뻔 하겠지’라고 생각하며 봤지만 보는 중간부터는 푹 빠져 들고 말았다.
뽀야는 사춘기에 접어든 토끼소녀이다. 밝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혼자 자취를 하며 취미는 쇼핑과 게임. 그리고 친구들과 노는 것이 전부인 인생을 살고 있다. 이런 뽀야 앞에 초식동물 차별주의자인 페르시안 고양이 르페가 나타난다.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그냥 ‘토끼야’라고 부르는 루페 때문에 고민하는 뽀야.
한편 뽀야의 단짝 친구 고양이 ‘얌차’는 엄마 없이 동생을 돌보며 살고 있는데 어느 날 남자 친구가 생기게 되면서 동생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된다.
노력해도 좋아지지 않는 르페와의 관계.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단짝친구인 얌차의 임신 사실을 알고 뽀야는 두 배의 충격을 받고 만다.
거의 움직이지 않는 동화, 대충 그린 배경.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친구와의 갈등, 가족의 문제, 이성간의 문제로 고민하는 사춘기 소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또 토끼와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적인 측면에서 ‘남자 친구와 관계에서 임신하게 된 친구’라는 현실적인 면까지를 두루 갖춘 성장영화이다. 그리고 주인공 뽀야가 가진 순수하면서 밝은 에너지는 보는 사람을 결국은 미소 짓게 만든다.
작화에서 배경작업 성우 녹음, 심지어 마지막에 나오는 주제가 작사 작곡까지 모든 역할을 해낸 최도영 감독은 특히 성우 쪽에는 남다른 재능이 있는 것 같다. 혼자서 5-6명을 연기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모든 캐릭터를 살리고 있다.
이 작품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의 지원을 받아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파일럿 1화 분량이 제작 되고 있는데 TV시리즈로 방송으로 볼 수 있다면 분명 재미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작품은 지우개 연인
이 작품은 원래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인 박지연 감독이 만든 단편인데 박지연 감독은 원래 EBS에서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레카’와 ‘흑장미 부인의 문방구’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이다. 사실 그녀는 그 전에 한 번도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본적이 없다.
이 작품은 문화센터 워크숍에서 만들어진 작품인데 그 워크숍의 담당 강사는 나였다.
그녀는 ‘버리는 것은 없다’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그녀는 내가 ‘작화는 이런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라고 테스트로 그려 준 컷 까지 모두 화면에 넣었다. 그리고 부족한 것은 친구, 후배 그리고 엄마와 자신의 중학교 제자들까지 한 장씩 그리게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작품은 종종 채색이 덜된 부분이 보이고 심지어는 화면의 픽셀이 깨진 부분도 있다. 감독이 포토샵을 잘 모르는데다가 픽셀이 깨진 것도 괜찮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완성이 되고 나서 작품을 보니.........너무 재미있었다.
두 연인이 대화하는 내용을 따라가는 애니메이션인데 두 사람의 대화는 옛날 방화에서 나오는 그것이다. 그러니까 ‘날 잡아 봐요~’해변에서 뛰어가는 두 남녀 분위기.
들장미 소녀 캔디 같은 분위기의 화면에 옛날 방화의 말투의 성우녹음의 간극이 큰 재미를 준다. 신선했다. 그리고 상영 할 때마다 관객들도 무척 좋아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러한 제작 방식과 완성된 작품이 주는 재미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만들면서 재미를 느끼고 어찌되었던 끝까지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작품.
마이클 두독 비트의 ‘아버지와 딸’도 훌륭하고 픽사의 단편들도 훌륭하고 앙시나 자그레브의 대상 작품들도 훌륭하지만 그것만 보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으면 왠지 올림픽 금메달을 따야하는 육상선수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린다.
언제부터였을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많은 준비가 필요해 진 것이......... 이런 작품들을 보면 준비가 없어도 되며 즐겁게 연주하는 거리 공연 같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들이 엄숙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즐겁고, 만든 사람 스스로를 위로해 주기를 바란다.










